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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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의 '비혼 출산'으로 세상에 태어난 아들, 웬 아저씨인 이상민 보고 "아빠"라 했다. 사유리는 아들이 애초에 아버지가 없으니 상처받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아들은 어디선가 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아들은 평소에도 사유리에게 "왜 나는 아빠가 없냐, 보고싶다"고 한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사유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기왕에 태어난 아들이 잘 자랐으면 좋겠지만, 애초에 아버지가 없는 아들이기에 어떻게 자랄지 걱정이 많이 된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거나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셔도 아이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아버지로부터의 상처가 큰 누군가는 "아빠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은 각기 나름대로 매우 중요하다. 자녀에게 모든 걸 주고 싶어하는 어머니의 사랑, 그런 중에 때로는 아이를 위해서 주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고 하는 아버지의 단호함, 그러면서도 가족을 위해 피땀 흘려 일하는 아버지의 책임감, 그 뒤에서 잠 못 자면서까지 아이를 편하게 만들어주려는 어머니의 희생 등. "동성결혼 부부도 입양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혼전동거 하는 커플을 지원하면 출산율은 올라갈 것이다", "비혼 출산 해서라도 아이를 많이 낳게 해야 한다" 등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이는 모두 가정의 형태를 무너뜨림으로써 나오는 주장이다. 올바른 주장이 될 수 없다. 좋은 부모가 많이 나올 수도 없으며, 출산율이 올라갈 수도 없다. 가정을 회복시켜야 한다. 사유리 아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하다.

2026-03-2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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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중인 최동석을 돌싱 예능 '이제 혼자다'에 출연시킨 것부터가 문제였다. 박지윤과 최동석 중 누가 더 잘못했는지와 무관한 문제다. 이혼 관련해서 상황 정리도 안 된 연예인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건, 시청률 끌어들이려는 욕심이거나 어리석은 캐스팅으로밖에 안 보인다. 결국 그 자녀들과 가족들의 상처만 더 커질 뿐이다. 최민환을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시키고 율희를 '이제 혼자다'에 출연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이혼이 범죄는 아니기에 자숙을 꼭 필요로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혼이 좋은 건 아니기에 방송에서 너무 쉽게 말할 것도 아니다. 자녀가 있으면 더 조심해야 한다. 과거에는 연예인이 이혼하면 그게 큰 흉이 됐다. 이미지 회복도 쉽지 않았다. 고현정, 김국진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것도 옳지는 않다. 연예인이 이혼했더라도 새로운 삶을 잘 살아낼 수 있도록 팬들의 응원과 제작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이혼이 너무 쉽게 생각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자녀 문제나 두 사람간의 문제 등 최소한의 상황 정리는 하고서 방송 출연하는 게 맞다. 그래야 대중의 응원도 건강하게 받을 수 있다. 그게 되지 않으면 그들의 이슈는 그저 대중의 가십거리로 끝날 뿐이다. 방송 출연한 연예인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방송 출연료가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예인들 입장에서, 자녀도 키워야 하는데 방송 출연 제안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진짜 비판받아야 하는 건 방송 제작진이다. TV 방송을 사이버렉카 채널처럼 만들고 있다.

2026-03-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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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전교 1등 아들의 모친 살해 사건' 가해자가 등장했다. tvN 예능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줬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컸으나 방송 보고는 바뀌었다. 이 방송이 범죄자의 변명을 들어주는 예능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를 살인하고도 고작 징역 3년을 받았다. 아들은 어머니로부터 당한, 아동학대 피해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송에서 '아들이 이토록 피해받았는데, 살인한 것 가지고 너무 뭐라 하지 마라'는 식의 동정심 자극을 자아냈다면 이 예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유지됐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조금 달랐다. 아들은 감옥 출소 이후 결혼도 했고 현재 자녀도 둘 있다고 한다. 부모가 된 범죄자는, 자신의 과거를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특히, 자신에게 학업 스트레스를 무지하게 준 어머니를 품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그랬다. 어머니 역시 학업 포기, 결혼 실패 등 여러 상황상 자존감이 심각하게 낮아진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그런 잘못된 자녀 교육을 했던 거였는데, 그것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은 살인으로 답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기다리고서 "어머니 역시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전해줬어야 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청소년 시절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권했다. 아들이 방송에서 한 말은 쉽게 나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아동학대 피해자에게 함부로 전할 수 있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복수하고 분노를 품는 것이 대세인 양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또 하나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좋은 방송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6-02-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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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없다. 북한에 세워진 교회라 해봐야 종교의 자유가 있는 척하기 위한 대외선전용일 뿐이다. 영화 ‘신의 악단’은 그런 가짜 교회에서 북한 주민과 간부들이 함께 악단을 꾸려 찬양하는 모습을 그린다. 선전하기 위해 찬양하는 척하고 예배하는 척한다. 그러다 이들에게 거짓말같이 신앙이 생기는데, 이 사실이 들켜 결국 이들은 북한 정권에 의해 처벌받는다. 이 연출은 북한의 실상을 아는 국민이라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허구와 상상만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8년 전 출간된 책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저)의 ‘북한 주민이 진짜 신을 믿는다면’ 목차에는 아래 글이 나온다. “나쁜 점도 있겠지만 종교 활동의 좋은 점을 여성들이 느꼈던 듯하다. 목회자의 설교를 듣고 노래도 부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교도 저절로 된다. 예배와 찬양을 하는 시늉만 하던 이들이 믿음이 생기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예배 시간 전부터 교회나 성당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북한 고위급(영국 주재 북한공사) 출신 탈북민인 저자가 북한의 봉수교회와 장충성당을 직접 보고 집필한 내용이다. 북한에서는 봉수교회와 장충성당도 가짜, 성직자도 가짜, 그리고 신도도 가짜다. 그런데 가짜로 시작한 예배를 통해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음을 말한다. “이들의 자발적인 모습에서 진짜 신앙이 생겼음을 당은 간파했다. ‘위험 요소’가 돌출되자 당은 봉수교회 주변 아파트에 망원경을 설치했다. 교회 주변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 숨어 있는 신도를 색출하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의도치 않은 결과가 생겼음을 인지하고 감시까지 했다고 한다. 북한에 주체사상 외에 다른 종교가 들어오면, 즉 종교의 자유가 조금이라도 퍼지면 체제에 위협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앙이 생긴 주민을 “위험 요소”라 표현한 이유다. 8년 전 나는 이 책을 보고, 북한에 이런 식으로라도 자유가 퍼진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했지만 걱정도 조금은 되었다. 이 글이 혹시 북한의 가짜 교회를 미화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진심을 믿었기에 걱정은 금방 사라졌다. 그 진심은 북한 주민들도 종교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마음껏 누리며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의 악단’을 보고, 나는 8년 전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읽었던 때가 생각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에 태어났음에 감사하고, 또 그 자유를 북한 주민들도 같이 누렸으면 좋겠다는 소망. 8년 전 처음 가졌던 감사와 소망이 ‘신의 악단’ 관객들에게도 퍼지기를 바란다.

2026-02-1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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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경은 부부 사이에 크든 작든 '문제가 있어서' 이혼한 거다. 그런데 최근 홍진경 이혼을 보고 "나도 돈 많았으면 저랬을 텐데"라며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홍진경 본인 역시 자신이 매우 쿨하다는 식으로 말하니 분위기가 점점 "돈 많으면 이혼해도 된다"는 식으로 흘러간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어떤 이혼도 미화되지는 말아야 한다. 이혼한 사람을 위로하고 그들이 이혼 이후의 삶을 잘 살길 응원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혼 전이든 중이든 후든 결코 아름답지 않은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있다면 부모님의 이혼이 자녀에게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적어도 이혼이 좋은 건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홍진경처럼 경제력 있는 사람의 이혼을 보고 부러워하는 것도 최근 들어 생긴 분위기다. 과거에는 재벌들의 이혼을 보고도 안타까워하던 분위기가 컸다. 이혼이 점점 너무 쉽게 결정되고 더 심하게는 이혼이 미화되기까지 하니 홍진경을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홍진경은 부러움 받을만한 대상이 아니다. 홍진경과 전 남편 사이에서는 크든 작든 문제가 있었을 거고 그로 인해 이혼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그걸 반면교사 삼아 자신에게는 그 문제가 나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문제는 가려버리고 그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만 늘고 있으니 안타까운 상황이다.

2026-01-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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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쩔수가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기계가 인간 업무를 대신 해주니 '어쩔 수 없이' 해고되는 사람들이 생기듯, 가장이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가정의 가장을 죽이는 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곧 비인간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하려 한다. 만수(이병헌)는 어리석다. 자신이 직장에서 해고되어 가정이 어려워졌으니,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다른 가정을 무너뜨리려 한다.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재취업하려 하는 다른 가정의 가장 몇 명을 살인하기에 이른다. 여러 궤변 속에서도 만수의 아내 미리(손예진)는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아껴 쓰며 생활비를 최소한으로 만든다. 만수는 가장의 입장에서 이런 모습이 마음 아플 수 있겠지만, 그래도 꾹 참고 미리와 함께 힘내서 이 상황을 이겨내려 했어야 했다. 그게 진짜 가장다운 모습이며 결국 가정을 지키는 것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직장과 직업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어 어떤 이들은 타격을 입을 거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준비하며 우리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 자체를 부정할 것도 아니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옹호할 것도 아니고, 그 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 해도 인간으로서의 본분을 포기해선 안 된다.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은 과학 기술의 발전을 비판하려 하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낸 것밖에 되지 않았다. <어쩔수가없다>에서는 미리의 역할이 더 크고 중요하게 나왔어야 했다.

2026-01-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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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한창일 때에 모든 아마추어 오디션 참가자들을 잠시 묻히게 한 방송이 있다. MBC 김영희 PD가 2011년에 선보였던, 프로 가수들의 서바이벌 예능 〈나는 가수다〉이다. 2015년에 시즌3까지 하고 폐지되었으니 이제 폐지 10년이 되어간다. 이 방송은 프로 가수 7명이 노래 경연을 하고 7위 한 가수는 탈락하면서 다른 가수로 교체되는 룰이 있었다. 첫 가수 출연진은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이소라, 정엽, YB. 데뷔 연차도 꽤 있고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라 불리는 이들이 경쟁해서 탈락을 한다는 게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방송 출연에 승낙했다. 그런데 처음 탈락자로 최고참 김건모가 선정되자 약속과 원칙이 파기된다. 국민가수 김건모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하여, 김건모가 〈립스틱 짙게 바르고〉(임주리)를 다 부른 후 장난기가 발동하여 립스틱 바른 게 역효과를 줬다는 말이 많았다. 당시 YB의 매니저 역으로 출연하던 김제동은 굳이 나서서 말한다. “이번은 정말로 재도전 기회를 한 번은 주셔야 되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김제동은 경쟁 외적인 요소로 립스틱이 들어왔기에 이번 경쟁은 불공정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김건모는 재도전을 한다. 당연히 큰 논란이 생겼다. 〈나는 가수다〉는 룰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논란 속에서 프로그램을 잠시 종영한다. 김영희 PD는 하차했고, 약 한 달 후 방송이 재개했을 때도 PD는 교체된 채로 진행되었다. 실제로 김건모가 립스틱 발라서 7위를 했는지, 당시 김건모가 노래를 가장 못해서 7위를 했는지는 시청자들의 판단이 있을 것이다. 김건모는 〈나는 가수다〉 하차 후 토크쇼 출연해서야 후자가 맞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립스틱을 포함한 모든 것은 김건모가 선택한 것이기에 모든 건 김건모 책임이다. 불공정 요소는 조금도 없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가 룰을 어기고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준 건, 김건모에게나 〈나는 가수다〉에나 김제동에게나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차라리 김건모가 7위 했을 때 시원하게 나갈 수 있도록 김영희 PD를 비롯한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나 김제동이나 다른 가수들이나 가만히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김건모 본인도 “〈나는 가수다〉는 내 삶의 큰 전환점”이라 한 것처럼, 탈락 이후 〈나는 가수다〉 밖에서 더 진정성 있게 노래했다면 그의 가수 인생이 더 시원하고 멋지게 빛났을 것이다. 경쟁에서 탈락한다고 해서 절대로 끝이 아니고 오늘이 절대 끝이 아님을 알면서, 우리는 때로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 경쟁의 룰을 어기며 어설프게 경쟁자들과 함께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더 약하게 만든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하다 실패 혹은 탈락하는 일이 있더라도, 어설프게 탈락 번복하지 말고 정정당당히 경쟁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길 지향해야 한다. 〈나는 가수다〉는 늘 화제와 논란의 중심이었다. 재도전 논란 전부터 〈나는 가수다〉 반대론자였던 이들이 〈나는 가수다〉 자체에 대해 꾸준히 비판하여 더 주목받았다. 그들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가수끼리 등수 매기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했고, 애초에 경쟁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도전 논란에 대해서는 오히려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과연 그들의 비판은 타당할까?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수입이 50배 늘었다”고 밝힌 박완규도 사실은 〈나는 가수다〉 반대론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경쟁의 수혜를 자신이 상당수 얻은 셈 됐다. 이처럼 경쟁은 경쟁에 대해 회의적인 이에게도 어마어마한 성장을 가져다준다. 그는 자신이 〈나는 가수다〉에 대한 회의를 멈춘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배들의 곡이 대중 여러분에게 알려지고 여러분이 즐기게 됐어요. 걸그룹이나 아이돌 그룹에 잠식됐던 가요계를 풀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부터 나오고 싶었어요.” 경쟁에 대해, 특히 프로 가수들의 경쟁에 대해 회의적인 이들의 분통을 샀던 〈나는 가수다〉는 결국 그 회의론자들을 포함한 국민 다수에게 감동과 감탄을 줬다. “얼굴 없는 가수”라 불리던, 가창력은 대한민국 Top이지만 방송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가수들이 주말 황금 시간대(골든타임)에 편성된 예능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수 있었고 노래할 수 있었다. 소름 돋는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 그리고 최고의 연주와 편곡 실력을 갖춘 밴드로 인해 〈제발〉(이소라), 〈여러분〉(윤복희), 〈나 항상 그대를〉(이선희) 등 여러 명곡이 재조명될 수 있었다. 박정현은 자신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14년 활동하면서 TV에서 노래하는 기회의 한계를 느꼈어요. 라이브 밴드와 열심히 연습해도 항상 그런 방송은 새벽에 방송되더라고요. 골든타임에 방송되는 프로에서는 노래를 2분 30초, 3분으로 잘라달라고 해요. 그런데 골든타임 지상파 TV에서 라이브 들려줄 수 있는 무대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기회만 생기면 해야 할 것 같았어요. 나가야 되는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나는 가수다〉 명예졸업까지 하며 가수로서 최고의 명성을 얻은 박정현은 자신의 노래 〈꿈에〉와 〈첫인상〉(김건모),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조용필) 등 여러 명곡을 재조명시켰다. ‘재조명’이란 건 기성세대를 향한 말이 아니다. 이 노래가 나올 때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가 이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게 해주었음을 의미한다. 이를 보았을 때, 〈나는 가수다〉에 경쟁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하는 건 그다지 좋은 의견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가수다〉에 대한 여러 비판 중 가장 들을 만한 의견은 가수 신해철에게서 나온다. “스스로 가위바위보에 져서 보컬 포지션 맡은 입장으로 저 같은 사람도 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가창력 있는 가수들이 가수인 건 아니에요.” 그 역시 〈나는 가수다〉에 있는 경쟁 요소만을 보고 비판한 의견이 많아 아쉬움이 있으나, 이처럼 색다른 시선이 있었던 것만으로 그의 말은 들을 가치가 있었다. 고음을 잘 올리지 못하면 가수가 될 수 없다고 평가하는 현실에 대한 일침이자, “폭발적인” 무대만을 요구하는 〈나는 가수다〉에 대한 일침이기도 했다. 절제미 가득한 김연우가 핏대를 올려야만 하는 곳이 〈나는 가수다〉였다. 신해철의 말은 〈나는 가수다〉가 부흥하던 시기에는 크게 의미 없었다. 하지만 대중도 이제 고음 폭발에 질리고 새로운 것을 원할 때 신해철의 말이 들어맞았다. 대중은 사실, 가창력이 조금 떨어지거나 심지어 가수가 아닌 사람이 노래하더라도 큰 감동을 받는다. 〈나는 가수다〉는 이 점을 놓쳐 시즌2와 시즌3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후 MBC는 새로운 서바이벌 예능 〈복면가왕〉을 출범시켰다. 가수 아닌 사람도 노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승은 늘 가창력 출중한 가수들이 한다 해도, 일찍 떨어진 출연자의 무대 즉 잔잔하고 부족한 노래를 들으며 감동하는 시청자 역시 적지 않다. 이로써 MBC는 또 한 번 음악 예능에 성공했다. 물론, 이 역시 관객들의 투표를 받는 등 경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2024-12-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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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이전 작품을 꿰고 있는 누군가가 ‘베테랑2’(2024)를 본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류 감독 특유의 액션신은 변함없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만, ‘베테랑2’에 담긴 메시지를 보면 다른 사람이 제작한 영화를 보는 듯하다. 급진적인 변화가 있으면 찬반이 명확히 갈리듯, ‘베테랑2’도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베테랑1’(2015)이 1300만 명의 관객을 확보하며 높은 평점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이 상상 속에서나 원하던 것, 재벌을 무찌르며 카타르시스 느끼는 것을 단순하면서도 화려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재벌을 악마화하며 그리는 선악 구도가 억지이긴 해도 대중은 그런 이분법을 좋아한다. ‘베테랑1’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범죄자가 아니라 선하고 매우 성실한 인물로 그렸다면 어땠을까? 볼 사람만 보는 영화가 됐을 수 있다. 안타깝지만, 재벌이 되기까지 또 재벌의 가족으로 살면서 매우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현실은 대중이 궁금한 게 아니다. 겉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재벌의 삶을 시기하고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대중 심리를, 류승완 감독은 잘 이용했다. 그런데 ‘베테랑2’에서는 대중 심리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 심리를 바꾸려 시도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놓고 심신 미약으로 징역 3년밖에 받지 않은 범죄자,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당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아무런 처벌받지 않은 대학교수 등 대중이 매우 싫어할 만한 사람들을 악의 구도에 넣지 않았다. 이들에게 사적으로 복수하려는 박선우(정해인)를 악의 구도에, 또 박선우와 싸우는 경찰들을 선의 구도에 넣었다.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곧 선이라는 ‘베테랑2’의 메시지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선악 이분법은 아니다. 불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복수줘해야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밀수’(2023)는 그걸 해줬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불법 밀수를 해서라도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밀수’의 이야기가 대중이 원하는 것이다. 류승완 감독도 이 사실을 안다. ‘밀수’ 감독도 류승완이다. 류승완 감독이 이토록 갑작스레, 회심하다시피 영화 속 메시지의 방향을 바꾼 계기가 있을까? ‘베테랑2’에서 보여주기로는, 법을 지키지 않으며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또 다른 억울한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는 걸 류 감독이 새롭게 깨달은 게 아닐까 예측된다. 영화에서도 나오듯 법치 질서가 무너지면 언론 질서까지 무너져 유튜브 음모론이 곧 진실인 양 퍼질 테니, 류승완이 영화감독으로서 오늘날의 미디어 체계에 대해 당장이라도 생각을 바꿔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베테랑2’가 갑작스레 생긴 변화와 대중 심리에 반하는 내용으로 갖춰진 영화다 보니, 많은 평론가와 관객이 말하듯 내용 전개상 아쉽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류승완 감독에 대해 감 떨어졌다고 말할 건 아니다. ‘범죄도시’ 같이 경찰을 선의 구도에, 범죄자를 악의 구도에 넣는 게 얼마나 쉬운가? 류 감독은 매우 어려우면서도 색다른 시도를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의 바뀐 입장이 이전 작품에서 보인 것보다 훨씬 사회 정의에 가깝기에 환영이다. 억지 이분법을 쓰지도 불법을 미화하지도 않으며 한 시도가 ‘베테랑2’였다. 비록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대중이 이를 보며 논의할 수 있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영향이다.

2024-12-0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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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23년간 유대인 학생들을 가르쳐 온 수지 오 교장이 지난 2015년 EBS ‘EBS 초대석’ 방송에서 남긴 말이 있다. “한국 학부모는 교육 전문가의 말보다 옆집 아줌마의 말을 더 신뢰한다.” 이 말에 마냥 웃지 못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국 사교육만 봐도 어떤가? 공부 잘하는 옆집 아이가 가는 학원을 내 자녀도 따라 보내는 게 한국 사교육의 구조로 자리 잡지 않았나. 물론 사교육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옆집 아이 따라 하는 것도 항상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자녀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또 이 상황에 맞는 교육이 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큰 문제가 된다. 돈은 돈대로 날리고, 부모와 자녀 간의 신뢰 관계도 많이 흐트러진다. 자녀를 향한 사랑보다, 내 자녀를 옆집 아이와 비교함으로써 생기는 열등감이 우선되면 생기는 문제다. 비교 의식이 더하고 더해져 학원가에 ‘초등 의대관’ 바람이 불어온 지도 꽤 되었다. 의대 열풍에 힘입어 초등학생 때부터 선행학습에 힘쓰며 의대 진학 코스를 만들어주겠다는 마케팅이다. 내 자녀가 다른 아이보다 어떻게든 빨리 진도 나가길 원하는 학부모들에게는 이것만큼 매력적인 게 없다. 하지만 이렇게나 빠른 선행학습을 하고도 좋은 실력을 갖추는 학생은 소수다. 아직 공부에 동기 부여가 전혀 안 된 상태라 학원만 대충 왔다 갔다 하는 학생도 많고, 차라리 그 시기에 친구들과 놀거나 책 한 권 더 읽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도움 되는 학생도 많다. 소위 1타 강사라고 하는 이들의 말만 들어봐도 어떤가? 선행학습은 6개월에서 1년 전에만 해도 전혀 늦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애초에 ‘초등 의대관’이 학원 이름에 들어가는 것부터도 문제가 있다. 공부 잘하면 다 의대 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가장 안정적인 직업인 건 사실이라 ‘초등 의대관’이라는 이름은 자녀가 안정적인 미래를 갖길 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잘 이용했다. 하지만 이는 그 아이와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미래를 봤을 때 그다지 좋은 마케팅은 아니다. 의사보다 불안정해 보이는 직업이라도 자녀에게 잘 맞는 일이 분명히 있고, 이로써 의사보다 훨씬 큰일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지켜줘야 한다. 늘 그랬지만 오늘날은 특히, 돈을 많이 쏟아부어야 공부 잘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1년에 100만 원이면 전 과목 1타 강사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모두 들을 수 있다는 건, 수험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오히려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건 ‘가정’의 회복이다. 가정에서 자녀를 비교 의식의 굴레에 두는 게 아니라, 독립된 한 사람으로서 비전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저 안정적인 삶만을 자녀에게 주입시키며 돈만 쏟아붓는다면, 자녀의 잠재력과 그 돈은 어디론가 사라질 뿐이다. 황선우 (문화평론가, 작가)

2024-11-0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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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전쟁’을 부제로 단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경연 참가자들의 계급은 백수저와 흑수저로 나뉘었다. 백수저는 쉽게 말해 유명 요리사, 흑수저는 무명 요리사라 볼 수 있다. 흑수저에도 유튜브나 다른 예능 통해 꽤 이름 알린 승우아빠(목진화), 평가절하(박정현) 등 있지만, 백수저에는 오로지 요리사로서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를 통해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들이 속해 있기에 흑수저는 이들에 비하면 무명이 맞다. 흑수저에는 요리사 80명, 백수저에는 20명이 속했다. 흑수저는 1라운드에서 20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백수저는 20명 모두 부전승이었다. 이때부터 작은 논란이 있었다. 백수저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부전승하는 건 불공정하지 않냐는 것이다. 하지만 백수저 요리사들이 레거시 미디어에 섭외받고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아 유명해지기까지의 능력은 인정해야 한다.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것이 다 옳지는 않고 다른 실체가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요리사이기에 이들이 만든 음식의 실체는 알기가 쉽다. 직접 이들의 식당에 가서 먹어보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손님들에게도 인정받은 사람들이 백수저다. 그런 점에서 백수저의 부전승은 불공정하지 않다. 애초에 백수저가 유리한 계급도 아니었다. 이미 스타인 사람이 경쟁 예능에 출연하는 게 얼마나 무모한가? 백수저의 음식은 심사위원 백종원과 안성재라면 이미 알고 있을 테니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흑수저의 음식은 심사위원이 기존에 먹어보지 못했던 거라 신선하기도 하다. 또한 흑수저는 실수한다고 해도 백수저에 비해 티가 덜 난다. 백수저는 조금만 실수해도 흑수저보다 마이너스가 크다. 백수저가 경쟁 예능에서 지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잃을 게 많지 않은가? 이겨봐야 본전인 상황이 될 수 있다. 반면, 흑수저는 져도 잃을 게 많지 않고, 이길 경우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경쟁 예능에서는 기존에 방송 노출이 적었던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예로, 프로들의 경쟁 예능 중 원조라 불리는 MBC ‘나는 가수다’에서도 기존에 “얼굴 없는 가수”라 불렸던 김범수, 박정현, 더원 등이 가장 주목받았다. 이들의 히트곡은 그전부터 있었지만, 애초에 방송 출연이 적었던 가수들이라 노출된 게 적었던 것이 이들의 신선함과 다양한 무대를 향한 도전 정신을 뽐내는 데 도움됐다. JTBC 예능 ‘싱어게인’에서도 한때 유명했던 가수들보다 데뷔 이후 쭉 무명 가수였던 이승윤, 김기태, 홍이삭이 더 큰 사랑을 받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흑백요리사’ 2라운드에서 심사위원이 안대 쓰고 심사하는 건 오히려 백수저에게 도움됐을 것이다. 또한 3라운드부터 심사위원이 다시 안대를 쓰지 않으면서 백수저에게 불리한 상황이 다시 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승도 흑수저에 속한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이 거머쥐었다. 과연 백수저 요리사들은 무엇을 얻고자 경쟁 예능에 출연했을까? 출연료야 받겠지만 그게 백수저에게 그리 필요하진 않았을 거다. 예측해 보건대, 그간의 매너리즘 떨쳐내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어 출연 결심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런 모습 역시 감동적이다 보니, 백수저 에드워드 리가 결승전에서 흑수저에게 지고도 현재 대중으로부터 큰 찬사를 얻고 있는 게 아닐까. 계급 전쟁으로 시작한 ‘흑백요리사’. 결과적으로 이들의 경쟁은 계급과 무관했다. 흑수저든 백수저든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최선 다한 요리사는 얻고 가는 게 많았다. 이들의 경쟁은 상대 계급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흑수저는 백수저 앞이라 해도 기죽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백수저는 자신이 백수저라 해도 끝까지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부딪쳐야 했다. 황선우 (문화평론가, 작가)

2024-10-27 00:08